순간을 머물게 하는 호스트
나는 원래 호텔을 만들 생각이 없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사업가가 되고 싶었던 적도 없었다.
20대와 30대의 대부분을 해외에서 보냈다. 파리의 오래된 아파트에서 살았고, 샌프란시스코의 햇살을 만끽했으며, 프랑크푸르트의 질서를 경험했고,
카사블랑카의 혼란 속에서 삶의 또 다른 얼굴을 보았다. 그 도시들은 모두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나는 언제나 여행자였다는 것.
아무리 오래 살아도 완전한 현지인은 될 수 없었고, 아무리 익숙해져도 어딘가에서는 늘 이방인이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여행자를 좋아한다. 나는 그들의 표정을 안다. 공항에서 막 도착한 사람의 약간 긴장된 눈빛, 낯선 도시의 첫 아침을 맞이한 사람의 설렘,
지도를 보며 길을 찾다가 우연히 발견한 골목에 기뻐하는 순간, 그리고 여행이 끝나갈 무렵 조금은 아쉬운 마음으로 캐리어를 닫는 모습까지.
20여년 해외생활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왔을 때, 나는 청담동에 살게 되었다.
많은 이들은 청담동을 화려함의 상징으로 기억한다. 명품 브랜드 매장들이 줄지어 있고, 유명 연예기획사들이 모여 있으며, 고급 레스토랑과 카페가 가득한 곳.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사랑한 청담동은 그런 모습이 아니었다.
아침 일곱 시의 청담동은 조용하다. 강아지와 산책하는 사람들이 골목을 지나가고, 빵집에서는 갓 구운 빵 냄새가 흘러나온다.
한강으로 향하는 작은 길목에는 운동복 차림의 사람들이 걷고, 오래된 빌라 창문 사이로 아침 햇살이 스며든다.
나는 그런 청담동이 좋았다. 관광객들이 잘 알지 못하는 서울, 화려함 뒤에 숨어 있는 일상의 서울. 나는 서울을 여행하는 이들에게도 이 서울을 보여주고 싶었다.
관광지가 아니라 삶을, 체험이 아니라 일상을, 체크리스트가 아니라 기억을 나누고 싶었다.
그렇게 작은 공간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직접 페인트를 칠하고, 가구를 옮기고, 침구를 고르고, 접시 하나 와인잔 하나까지 직접 선택했다.
그 공간이 단순히 잠만 자는 곳이 아니라, 누군가의 서울 생활이 시작되는 장소가 되기를 바랐다.
이름은 '메종 드 페페로니(Maison de Pepperoni)'라고 지었다.
누군가는 이름이 특이하다고 했다. 왜 그런 이름을 지었냐고 묻기도 했다. 사실 지금도 완벽한 답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다만 그 이름에는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담겨 있었다. 조금은 유쾌하고, 조금은 따뜻하며, 조금은 엉뚱하지만, 오래 기억되는 것.
메종 드 페페로니도 그런 공간이 되길 바랐다.
처음에는 그저 숙소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나는 깨달았다. 내가 운영하는 것은 숙소가 아니라, 사람들의 이야기였다는 것을.
독일에서 온 아버지와 딸, 시애틀에서 온 간호사, 피닉스에서 온 변호사, 루마니아에서 온 사업가, 프랑스에서 온 학생까지.
그들은 모두 같은 서울을 방문했지만, 각자가 만난 서울은 전혀 달랐다. 누군가는 한강을 사랑했고, 누군가는 한국의 네일 문화를 좋아했으며,
누군가는 청담동의 조용한 골목을 기억했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는 메종 드 페페로니를 지나갔다.
Maisondepepperoni.art는 숙소 운영기가 아니다. 성공한 사업 이야기도, 단순히 정보를 나열한 여행 가이드도 아니다.
이 곳은 청담동의 작은 집을 통해 만난 사람들의 기록이자, 그들이 서울을 사랑하게 된 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어쩌면 이 블로그는 서울에 대한 이야기보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나는 그저 그 이야기들을 잊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그래서 기록하기 시작했다.
메종 드 페페로니를 연결하는 수많은 인연들에 감사하며!
청담동 메종 드 페페로니에서.
-Anna